통계는 하나씩 보면 뉴스가 되고, 겹쳐 보면 지도가 됩니다.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사이에 나온 공식 발표 세 건을 한 장에 올려놓고 읽어 보겠습니다.
첫 장 — 땅값: 오르는데, 손바뀜이 없다
국토교통부·한국부동산원 발표(10.27)에 따르면 3분기 전국 지가는 0.62% 올랐습니다. 2023년 3월 이후 이어진 상승이고, 서울은 1.26%, 용산구는 2.24%로 선두였습니다. 그런데 같은 발표에서 토지 거래량은 40만7520필지로 전 분기 대비 15.6% 줄었고, 하필 가장 많이 오른 서울에서 21.7%로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. 가격 지표는 체결된 소수의 거래가 만든 숫자입니다. 오르는 가격과 사라지는 거래의 조합은 호가 중심 시장, 즉 매수자가 값을 따라가 주지 않는 시장이라는 뜻입니다.
둘째 장 — 상가: 공실은 역대 최고, 임대료는 상권별 역주행
한국부동산원의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(10.29 발표)에서 전국 일반상가 공실률은 13.7%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였습니다. 1층 공실률 6.9%, 상가 투자수익률은 전 유형 하락.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서울 뚝섬 상권 임대료는 9.92% 올랐습니다(SBS Biz 10.29 보도). 판매 공간 전반의 임차 수요는 약해지는데, 콘텐츠가 모이는 소수 상권만 임차 경쟁이 붙습니다. 오피스는 공실률 8.2%에 임대지수가 올라, 같은 상업용 부동산 안에서도 일하는 공간과 파는 공간의 체력이 갈렸습니다.
셋째 장 — 주택: 미분양은 줄지만, 다 팔린 건 아니다
국토교통부 9월 주택통계(10.29 발표, 뉴스핌 보도)에서 전국 미분양은 6만5941가구로 전월보다 4.6% 줄며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. 9·10 대책 이후 한 달간 수도권 미분양이 1160여 가구 소화됐다는 집계(이데일리 보도)도 있습니다. 다만 같은 통계에서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은 4482가구로 오히려 2.6% 늘었고, 서울 아파트 거래는 큰 폭으로 줄었다는 보도(파이낸셜뉴스 10.29)가 따라붙습니다. 재고가 소화되는 곳과 악성으로 굳는 곳이 수도권 안에서도 갈리고 있다는 뜻입니다.
세 장을 겹치면 — 소유 수요와 사용 수요의 분리
이제 겹쳐 봅니다. 자산 가격(지가)은 14분기째 오르는데, 공간의 사용 수요(상가 임차)는 역대 최악이고, 주택 재고는 핵심지 위주로만 소화됩니다. 세 통계가 같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—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'쓰려는 수요'가 아니라 '가지려는 수요'이고, 그 수요는 서울 핵심지와 개발 서사가 있는 소수 지역에만 응집해 있다는 것. 분양 시장에 대입하면 결론은 명확합니다. 임차인의 지불 능력이 수익의 원천인 상품(상가·수익형)은 공실률 13.7%를 기본값으로 놓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고, 거주·소유 수요가 응집한 수도권 핵심지 주거 상품은 단지별 분양가 경쟁력 싸움이 됩니다. 11월 첫 주 청약 일정 4928가구가 전부 수도권(뉴스1 분양캘린더 10.31)이라는 사실은 공급자들이 이미 이 지도를 읽고 있다는 방증입니다.
이번 주에 해볼 것
세 통계 모두 원문이 공개돼 있습니다.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서 지가변동률·주택통계를, 한국부동산원 R-ONE에서 상업용 임대동향의 시군구 단위 수치를 직접 열어 보세요. 기사 제목이 아니라 내 관심 지역의 행 하나를 찾아 읽는 것이 이 통계들의 올바른 사용법입니다. 본 칼럼은 특정 상품의 매수·청약을 권하는 투자 자문이 아니며, 의사결정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